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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적응기

타이페이 날씨 변덕은 대단하다. 엄마가 보내준 소포 덕에 견딜만하다. 동료가 빌려준 겨울 옷도 있지만 망가질까봐 안 입게 된다. 온도만 보고 별로 안 춥겠네 했는데 난방기가 없어서 실내가 너무 춥다. 아니, 야자나무가 이렇게 있는데 왜 발이 시리냐.

처음 3일은 호스텔에서 보냈다. 타이페이 도착한 첫 날, 호스텔에 짐 두고 바로 이민소에가서 통일번호를 만들었다. 통일번호(외국인등록증)같은 건데 생활하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피곤했지만 이게 처음 한 일. 그 다음에는 은행가서 통장을 개설했다.

  • 대만 통일번호 & 대만 통장 개설하기
  • 타이페이에서 방 구하기

  • 집 구하고, 필요한 물건 사고, 동네 구경하고 좀 돌아다니니 일주일이 지났고, 출근해야 할 월요일이 되었다. 첫 출근 게다가 타지, 동료들은 외국인. 걱정 반, 기대 반. 이틀간의 짧은 인수인계를 받고, 일 한 지 일주일도 안 되서 이벤트가 2개 있었다. 홈페이지 문제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신기하게도 손님들이 화내지 않았다. 규정도 모르는데 전화 받아서 대답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처음보다 좀 괜찮아졌지만, 전화벨이 울리면 전화기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시스템 작동 방법도 배웠다. 처음에 어렵게 배웠으니까 나중에 편해질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동료들은 다 착하고, 잘 알려준다. 내가 민폐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전화 받으면서 나라별 특징을 발견했는데, 한국인은 대체적으로 성격이 급하고 화를 내는 반면 대만사람들은 기다려달라하면 기다리고 뭔가 느긋하다.

    출근 전 며칠동안 관광지 몇 곳(행천궁, 쓰린야시장, 101빌딩, 양명산)을 다녔고, 출근하고 나서도 타이완대학교, 딴수이(진리대학, 담강중학교), 2.28공원, 화산1914예술구 등 닿는 대로 구경했다.

    대만 사람들은 나이에 비해 순진한 것 같다. (외모적으로만) 화장도 안하고, 꾸미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전체가 그런 건지, 내가 만난 사람들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상식 밖인 손님들을 상대하고 나면 퇴근하고 집에 가서 나 오늘 이만큼 힘들었다고 징징거리고 싶은데 집에 가면 아무도 없어서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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