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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워킹홀리데이 6개월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다. 반년동안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정리해봤다.

尾牙 웨이야 : 송년회

대만에 오기 전 한국에서 다 보낸 송년회와 새해맞이를 음력에 맞춰 2월 중순에 다시 하려니 어색했다. 회사에서 마련한 송년회 식사 자리에서 뽑기 게임으로 상품을 대량으로 얻었다.

타지에서 보내는 설 + 대만 단독주택 구경

좋으면서도 미안했다. 나는 친구 집에 가서 밥 얻어먹고 영화보고, 대만의 다른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일하고 있을 엄마 생각나서 그랬나보다.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만든 환경도 싫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먹는 음식이 확실히 다르고, 세배를 안해도 홍빠오(세뱃돈)를 준다. 스쿠터도 타봤다. 여기는 이동수단으로 오토바이/스쿠터가 필수다. 이 집 식구는 5명인데 각자 한 개씩해서 5대의 스쿠터가 집 앞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다. 몸이 밖에 나와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졌다. 마작도 했다. 연결된 숫자거나 같은 모양이 되면 되는데, 다섯 판 했는데 한번도 못 이겼다. 개인 주택이라 부러웠다. 집에서 뛰어도 항의할 사람도 없고, 노래도 크게 틀어도 되고, 특히 옥상에 있는 자쿠지랑 지하에 주방이 따로 있는게 참 좋다. 주방을 왜 지하에 뒀는지는 의문이다. 환기가 잘 안될 것 같은데..

자동차 접촉사고

어떤 차가 칼치기 하면서 들이 받아놓고 니들이 잘못했다고 우겼다. 난 조수석에 앉아서 내심 경찰이 오기를 바랐다. 해외에서 교통사고로 경찰을 만날 확률이 높지 않으니까. 한국 경찰 구경도 못했는데 대만 경찰은 어떤가 궁금했다. 블랙박스 있으니까 경찰 불러서 보자고 했더니 미안하다면서 가버렸다. 뭐지? 얘는 왜 합의금도 받지 않고 칼치기 아저씨를 그냥 보내준거지?

타이페이 가이드

가족/친척들이 올 때마다 가이드를 했다. 맞춤형 가이드! 마중하러 공항에 가는 길에서 느끼는 기분은 같이 떠나는 여행과 사뭇 다르다. 지난번 여행 경험을 살려서 루트를 짰다. 포커스는 밥 시간 + 메뉴, 장시간 걸으면 안 됨. 여기서 두어달 살아서인지 아예 모르는 곳에 자유여행 하는 것 보다 수월하고 편했다. 혼자서는 다 못 먹는/비싸서 못 먹는 것들을 엄빠찬스로 다 먹었다.

랭귀지 익스체인지 밋업

타이페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랭귀지 익스체인지 밋업에 참여했다. 대략 10분마다 파트너가 계속 바뀌니까 기초적인 질문만 반복될 뿐이었다. 대화했던 사람들과 라인 아이디도 교환하고 그랬는데 크게 공통점이 없어서 그런지 연락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웠다.

한글 가르치기

우연히 기회가 있어서 한글을 가르쳤는데 답답했다. 이 친구가 원래 모국어 발음도 별로 안 좋아서 가르치기 더 어려웠다. 내가 생각보다 이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실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면 더 뿌듯하게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영수증 복권


대만에 온 날부터 영수증을 꾸준히 모았다. 현금을 사용하면 영수증을 주는데 이게 복권이다. 두 달에 한 번씩 발표를 한다. 特别奖&特奖은 8개 숫자가 일치해야 한다. 头奖 3개는 8자리 일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뒤에 3자리 일치하는 것까지 당첨금이 있다. 그리고 밑에 022, 355, 038 이것도 당첨금 있다. 결국 맨 뒷자리가 1, 3, 4, 6, 7은 백만장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거다. 백여장의 영수증 중에 절반은 아예 해당사항이 없고, 남은 절반마저도.. 열심히 봤지만 단 한 장도 당첨되지 않았다. 열심히 모아뒀는데 한 순간에 쓰레기가 됐다. http://www.dot.gov.tw

지진

30초?~1분?정도 흔들린 것 같다. 체감상 10분이었는데. 사무실 벽에 금 가고, 벽에 걸린 액자도 흔들렸다. 바퀴 달린 의자가 스스로 굴러가고 책상 서랍이 저절로 열렸다. 이론으로만 배운 대피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느꼈고,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타지에서 남 비행기표 차액 계산하다가 죽는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짧은 시간에 여러 생각이 스쳤는데, 몇 초 안에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대만사람들은 지진을 너무 자주 겪어 익숙해져서 위험한 것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처음 겪어서 호들갑 떤 걸 수도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광고판을 지진으로 착각할만큼 쫄았다. 아무튼 다음에 또 지진이 나면 사무실 철문을 열어놓는게 제일 처음 할 일이라고 동료들이 알려주었다. 건물이 뒤틀려서 문이 안열리면 밖으로 못 나간다고.... 집에 가고 싶다. 평소에 내 사람들한테 잘하자.

태풍 찬홈 Typhoon Chan-Hom

처음 대만에 왔을 때, 태풍이 심하면 정부차원에서 회사/학교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해서 좋다고 생각했다. 회사 가기 싫은 날, 태풍 안오나? 내심 기다리기도 했는데 항공사는 예외다. 더 힘들다.

태풍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휴무를 내렸다. 방송으로 태풍 때문에 쉬는 지역을 알려준다. 지역별로 停班停课/上班上课로 표시된다. 내가 있는 지역이 停班停课이면 회사/학교 안 나간다.

출근길에 보니 아침가게 다 문 닫고 길이 정말 한적했다. 사람도 없었다. 회사 1km 거리에 살고 있지만 간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택시 타고 회사에 오라고 했는데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었다. 다행히 딜레이 없이 항공편 출발했고, 점심시간 전에 퇴근했다.

병원

여태까지 해외에서 병원에 간 적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증상을 검색할수록 공포만 커져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큰 일이 아니여서 안심했다. 외국어로 진찰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했지만 몇 달 만에 알게 된 내 몸무게에 크게 상심했다.

Mackay Memorial Hospital (@台北市中山區中山北路二段92號)
1330 NTD 썼는데 보험처리해서 나중에 돌려 받았다.

메르스

메르스 때문에 한국행 항공 운행이 축소되고, 이미 샀던 사람들도 취소하느라 난리였다. 정말 힘들었다. 일주일 내내, 하루에 성난 고객의 전화를 80-100통정도 받았다. 회사에서도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때라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나도 답답했다. 내가 손님이었어도 짜증날 일이니까. 다른 회사 눈치보지 말고 빠른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

문화생활

"문화생활"이라고 쓰고 "공부"라고 한다. 영화 몇 편을 봤는데, 영어 듣기 + 중국어 번체 자막이라 두 가지 언어를 한 번에 테스트 하는 것 같았다. 영화관이라 일시정지 기능도 없고.. 친구가 재밌다고 추천해 준 책은 3줄 밖에 못 읽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한다. 그러니까 맨 뒷 장이 맨 앞 장, 글자도 세로로 내려가서 도통 적응이 안된다. 그리고 나는 간체자를 배웠는데 여기는 번체자를 쓴다. 한국에서도 한자를 배웠으니까 이게 그건가 한 80퍼센트는 아는데, 내가 글을 써야 할 때는 간체도 아니고 번체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한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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